"이제 뛸 준비가 돼 있다." 황순철 JS전선 대표는 매일경제와 한 인터뷰를 이렇게 시작했다.

1968년 설립된 JS전선은 선박ㆍ해양용 전선 부문에서 세계 15%, 국내 31%의 시장점유율로 1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두 번의 주인 교체, 1997~2005년 회사 정리절차 과정을 겪었다. 상장 20년이 되던 2003년에는 증시에서 퇴출됐다.

2005년 LS그룹에 편입되면서 정상 궤도 진입의 시동을 건 뒤 2007년 11월 코스피에 재상장된다. 올 초에는 천안시 상공회의소에 연회비를 다시 내기 시작했다. 황 대표는 "몸 추스르기에 급급했던 데서 벗어나 성장과 지역 사회 속 역할을 둘러볼 정도로 여유가 생긴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금융위기 후 얼어붙은 조선 경기로 전방산업의 발주량이 줄었다.

선박ㆍ해양 전선이 매출의 70%를 차지한다. 올해는 원자재인 전기동 값이 급등하고 조선사 간 저가 경쟁이 치열해진 영향도 받고 있다.

황 대표는 "호황기인 2007년의 60~70% 가격에 조선사가 수주를 따낸 부분이 고스란히 전가됐다"며 "올해 매출은 증가하지만 영업이익은 다소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컨테이너선 발주의 전조인 물동량이 회복 중이고 해양플랜트 경기도 꿈틀대고 있는 만큼 더 나빠질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는 녹색산업 진출을 강조했다. 향후 매출의 10%를 책임질 동력으로 여기고 있다.

JS전선의 선박ㆍ해양용 전선은 활용처의 특성상 일반 전선에 비해 외부 환경에 강하다. 철로 따지면 특수강인 셈이다. 우선 풍력과 원자력에 주력하고 있다. 풍력은 국내는 물론 아시아권 업체와 제휴를 맺어놨다. 황 대표는 "국내 업체의 시험제품에 함께 참여한 상태"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작년 말 따낸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참여 가능성도 높게 봤다. 2000년 이후 한국에서 지어진 원전에 모두 납품한 업력이 자신감의 토대다. 황 대표는 "UAE 원전은 신고리 3, 4호기와 동일한 모델로 신고리 원전에도 납품했다"고 말했다.

전기자동차 분야의 잠재력도 있다. 미래 전기차는 전기를 주유하듯 하는 급속 충전 방식과 배터리를 교체하는 방식, 둘 중 하나가 유력하다. JS전선은 급속 충전 시 수혜주다. 황 대표는 "급속 충전을 위해 고압의 전기가 짧은 시간 내 많이 흐르는 것을 견딜 수 있는 전선이 필요하다"며 "서울에서 시범 운영 중인 전기차충전소의 전선은 JS전선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주유소의 송유관에 해당하는 전기충전소의 전선을 JS전선이 맡은 것이다.

다음달에는 중국 내 선박ㆍ해양ㆍ광산 전선사업을 위해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현지 조선업 확대와 에너지 수요 증가로 중국 내 관련 전선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해서다. JS전선이 75% 지분을 갖는다. 2011년까지 설비 투자를 완료하고 2015년 연매출 2500억원 규모의 회사로 키울 계획이다. 이어 2012년 중국 내 제2공장을 설립하고 브라질 러시아 인도 시장을 M&A 방식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시장의 걱정거리인 수급과 사업 중복에 대한 황 대표 생각은 어떨까.

첫째, 대주주 지분이 너무 높다. 최대주주인 LS전선이 69.9%를 차지해 거래가 부진하다. JS전선도 이 문제를 안다. 최근 외부 컨설팅사로부터 `현재 지분이 거의 없는 해외 투자자 블록딜 검토 요망`이라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JS전선은 이를 LS전선에 건의했고 현재 내부에서 논의 중이다. 황 대표는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유동성을 위한 액면분할은 없다"고 덧붙였다.

둘째, LS전선의 그림자다. LS그룹 내 전선제조 상장사가 LS전선 가온전선 JS전선 3곳이다. 황 대표는 "일견 우리에게 투자하느니 간판 격인 LS전선을 선택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LS-전력과 통신, 가온-내수용 범용품, JS-선박과 해양 등 특수용에 방점을 두고 있다"며 차별성을 강조했다.

시장에선 구자열 LS전선 회장이 올 3월 JS전선의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JS가 LS의 사업단위가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정반대"라고 일축했다. 그는 "LS와 JS,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전선 사업의 투자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고 구 회장의 역할을 설명한 뒤 "이로 인해 외려 JS의 경영 독립성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회사 측은 올해 결산배당을 지난해와 같은 보통주 주당 500원으로 계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