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무더운 여름 77일간 옥쇄파업을 벌이며 `쇠파이프와 붉은 머리띠`로 상징되는 해묵은 노사 갈등의 골을 보여줬던 쌍용차 평택공장. 옥쇄파업 이후 금속노조를 탈퇴한 쌍용차 노조는 이제 노사 상생의 새로운 노동운동 메카가 되고 있다. 올해 노동계의 가장 큰 이슈인 타임오프 도입과 관련해 쌍용차 노사는 지난 5월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도입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39명이었던 노조 전임자 수가 14명으로 줄었다. 16명은 현업에 복귀해 땀 흘려 일하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정치투쟁보다 일할 수 있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조합원 모두가 뼈저리게 깨달았다'며 '앞으로 노사 상생의 선진 노동운동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 타임오프 연착륙 기대감 높아

= 회사에서 급여를 받는 유급 노조 전임자 수를 제한하는 근로시간 면제제도(타임오프)가 8일로 시행 100일을 맞았다. 당초 노사 갈등이 극심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현장에서는 비교적 차분하게 타임오프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단체협약이 만료된 100인 이상 사업장 1499곳 가운데 1146곳(76.5%)이 지난달 말 기준 타임오프 한도를 적용하기로 단협을 갱신했거나 잠정 합의했다. 이 가운데 정부가 고시한 법정고시 한도를 준수한 사업장은 1106곳(96.5%)이며 한도를 초과한 사업장은 40곳(3.5%)이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타임오프가 도입되면서 노조 전임자 수가 종전보다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종전에는 유급 노조 전임자가 없었지만 타임오프 시행에 따라 유급 노조활동을 보장받는 사례도 있다. 민주노총 산하 상주농협(조합원 수 65명)은 노사가 타임오프 한도를 830시간으로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타임오프 관련 총파업이 없었고, 기아차 타타대우 등 민주노총ㆍ금속노조 산하 주력 사업장에서도 도입하면서 예상보다 순조롭게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 타임오프 남은 쟁점은

= 그러나 올해 발생한 63건 파업 가운데 타임오프 관련 파업이 15건(24%)에 이르는 등 갈등도 나타나고 있다.

또 타임오프에 반대하는 금속노조 사업장을 중심으로 노조 전임자 임금을 기존 월급통장이 아닌 별도 통장으로 지급하거나 가불 처리 또는 대출보증으로 지급하는 등 편법이 나타나고 있다. 타임오프 관련 법 위반이 발생하면서 아직은 연착륙이라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범관 의원(한나라당)은 '타임오프 고시가 전임자 수 한도 위주로 돼 있어 다양한 사업장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5일 국정감사에서 '전국 단위나 교대제 등 개별 사업장 특성을 반영해 타임오프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며 '그러나 타임오프가 시행된 지 3개월밖에 안 된 상황으로 현재로선 연착륙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선 시행ㆍ후 보완`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한 셈이다.

한편 기업과 경제단체가 지원금을 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상급단체 파견 전임자 임금을 보전해 주기로 한 것과 관련해 김동원 교수는 '소수에 불과한 상급단체 파견자 임금을 놓고 갈등을 빚기보다는 타임오프 연착륙에 노ㆍ사ㆍ정이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