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자 임금 주려고 내 월급 깎나"…
총회 요구 서명 이틀만에 6100여명기아차노조 조합원 6100여명이 대의원대회에서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을 위해 조합비 인상을 결정한 것에 반발해 조합원 총회를 요구하는 안(案)에 서명하고 나섰다. 6100여명은 기아차노조 전체 조합원 3만300여명의 20%가 넘는 숫자다.

기아차노조 내 분파 중 하나인 '기노련'은 19일부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지난 8일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한 조합비 인상을 위한 규약 변경 건을 조합원 전체가 참여하는 총회에서 다시 결정하자는 내용의 서명작업에 돌입했다. 이 단체는 19·20일 이틀 동안 조합원 1만3000여명이 있는 경기도 화성 기아차공장과 5600여명이 있는 광명 소하리공장에서만 6100여명의 조합원으로부터 서명을 받았다. 이 단체는 앞으로 조합원 6400여명이 있는 광주공장과 정비와 판매직 조합원들에게도 서명을 받을 예정이다. 현재 기아차노조 규약상 3만300여명의 조합원 가운데 3분의 1(1만100여명) 이상이 서명하면 조합원 총회 소집을 요구할 수 있다.

만약 조합원 총회가 열려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가 투표에 참여해 투표자의 3분의 2 이상이 조합비 인상규약 건에 찬성하지 않으면 노조집행부가 결정한 조합비 인상 건은 무효가 된다.

노동계 관계자는 "조합원 중에 '전임자 월급 주려고 내 월급 깎나'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아 총회가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며 "조합원들이 대의원대회 결정에 반발해 총회를 열자고 서명운동을 벌이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아차노조 집행부의 고민도 깊어졌다. 현재 조합비 인상 건을 대의원대회에서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조합원들의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기아차노조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1만100여명에 가까운 조합원들의 서명을 받기란 쉽지 않을 것이지만 고민이 많다"며 "(집행부가 스스로) 총회에 이 건을 부칠지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노조는 지난 8일 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제도) 시행으로 생긴 무급 노조전임자들의 임금 보전을 위해 대의원대회를 열어 김성락 노조위원장이 일부 대의원의 반대 속에서 의사봉을 두들겨 조합비 인상안을 통과시켰다. 이 때문에 사실상 정당한 절차를 무시했다는 조합원들의 비판이 일고 있으며, 한 조합원은 법원에 대의원대회의 결정이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