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LG가(家)가 뭉쳐서 미래 신수종 사업인 전기차 핵심 부품을 장악하고 싶어요. LG화학은 배터리 셀을 만들고 LS산전은 제어장치인 인버터를 만들어 패키지로 공급하는 셈이죠. 곧 유럽 2~3개 업체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나올 겁니다."

지난 1일 안양시 LS타워 10층 집무실에서 만난 구자균 부회장 목소리는 쩌렁쩌렁 울렸고 언변은 거침이 없었다. 2년여 동안 CEO를 맡으며 회사에 비전을 스스로 제시할 만큼 녹아들었다.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 그린카 사업 등 신사업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그는 전기차 부품 시장에 대해 `기회의 창`이라고 표현했다.

구 부회장은 "이제 업체들은 `창`을 통해 전기차 부품 시장을 들여다보고 있으며 내년까지가 치열한 전쟁 기간이 될 것"이라며 "EV릴레이, 인버터(PCU) 등 전기차 부품으로 올해 2000억원 이상을 수주했는데 3년 내에 1조2000억원 수주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EV릴레이는 중대형 2차전지에 안정적인 전기에너지 공급과 차단을 담당하는 핵심 부품이다. 현대차 고속 전기차 `블루온`에 LS산전 제품이 들어간다.

구 부회장은 부품 공급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부품 생산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결국엔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그에게 충격을 준 것은 `아이폰`이다.

그는 "또래 중에선 IT에 대해 잘 알고 공부도 많이 한다"며 "아이폰에 각종 국산 부품이 들어가지만 결국엔 이를 융합한 아이디어와 솔루션이 `아이폰 신화`를 낳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 회사가 생각하는 아이폰은 스마트 그리드"라며 "융ㆍ복합 기술 개발을 통해 회사 수익도 내면서 국가 경제에도 이바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스마트 그리드를 설명하면서 "이제는 자원을 가졌느냐 아니냐보다는 기술을 가진 기업이나 국가가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시대"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스마트 그리드는 기존 전력 인프라스트럭처와 정보기술(IT)이 결합해 효율적으로 전기에너지를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구 부회장은 개별 기업이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 국가적 `산업 트렌드`라고 강조한다.

구 부회장은 "스마트 그리드가 한 도시에 제대로 정착하려면 2020년은 돼야 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국가적 차원에서 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다른 국가나 기업에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세제 지원 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LS산전 주요 사업은 전력과 자동화 부문이다. 전력 부문에선 국내 저압ㆍ고압기기 시장을 60% 이상 차지할 정도로 장악력이 좋다. 자동화기기 시장 점유율은 40%에 이른다. 매출 비중 역시 지난해 기준 전력 분야 8380억원, 자동화 분야 2788억원 수준으로 캐시카우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구 부회장은 "매년 9~10% 이상 꾸준한 매출 성장률을 유지해 왔다"며 "경쟁 업체보다 10년 가까이 늦은 초고압 시장 분야도 올해 초 부산에 공장을 짓는 등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끔 구 부회장은 10층 집무실에서 인근 공장 지대를 살펴보며 생각에 빠지곤 한다. 인근 주요 공장은 지방으로 이전되며 일대가 대단위 LS타워로 변모할 예정이다. 그는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해 보면 상전벽해"라며 "2008년 CEO가 됐을 때만 해도 직원들은 불안해했고 도전하는 것을 겁냈다"고 말했다.

1974년 설립된 LS산전은 LG그룹에서 분리되기 전까지 주요 계열사에 전력기기를 납품하며 `편안한 장사`만 해왔다. 이후 외환위기가 닥치자 부채비율이 1400%에 가까울 정도로 경영 사정이 나빠졌다. 어쩔 수 없이 알짜 사업을 매각하고 직원들을 해고했다. 구 부회장은 "지금 생각해 보면 연구개발 인력을 내보낸 것이 너무나 아깝다"며 "성장하지 못하면 퇴보한다. 지금은 단순 `변화`가 아닌 `진화`를 해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강조한다"고 말했다. 구 부회장에게 `스몰 인수ㆍ합병(M&A)`에 대해 묻자 미소를 짓는다. 그는 스몰 M&A야말로 LS산전 성장 철학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LS산전의 신조어 아니겠는가"라며 "성장을 위해 규모가 작지만 알짜 기업을 인수하는 것으로, 앞으로도 기존 사업 부문과 시너지 효과가 있는 업체를 엄선해 인수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인수한 자동화시스템 전문업체 메트로닉스는 LS메카피온으로 변신하면서 1년 만에 매출이 두 배로 뛰었다. 지난해 인수한 중국 호개전기도 매출이 급성장 중이다. 그는 무리한 M&A는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초고압 전력 분야에 대해선 다소 욕심을 냈다.

구 부회장은 "전력 분야에서 저압에서 초고압까지 모두 생산하게 됐지만 더 높은 초고압 변압기 수주를 위해선 선진국과 합작이나 M&A가 필요하다"고 했다.

구 부회장은 E1 구평회 명예회장의 셋째아들로 10년 넘게 대학교수로 일하다 2005년 LS산전 관리본부 부사장으로 입사해 경영에 뛰어들었다. 그는 " `구씨 집안 박사 1호`였지만 피는 못 속이나 보다"며 "아버지는 내가 교수로 남는 것도 가문을 위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지만 회사 경영에 대한 의지를 못 굽히겠더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CEO 취임 직후 1년 동안 LS산전이 만드는 모든 부품과 공정에 대해 매뉴얼을 만들어 공부했다"며 "회사 직원 3500명이 모두 전문가인데 회사 내용도 모르고 어떻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 He is…

△1957년 서울 출생 △1982년 고려대 법학과 졸업 △1990년 텍사스주립대학 경영학 박사(기업재무 전공) △1997년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2008년 LS산전 대표이사 CEO 사장 △2009년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 회장 △2010년 LS산전 대표이사 CEO 부회장 △2010년 세계스마트그리드연합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