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간 점거 농성을 하던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이 9일 오후 농성장이 있던 1공장을 나서고 있다

9일 오후 3시 10분 현대차 울산공장 1공장 안 농성장 입구.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 현대차노조 이경훈 지부장,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이상수 지회장은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해 회사 측과 특별교섭 4대 요구안을 관철해 나간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 발표가 끝나자 3층 농성장에서는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하나씩 계단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25일간 현대자동차 울산 1공장의 완성차 컨베이어 시스템을 세운 채 농성을 벌인 비정규직의 공장 점거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이어 오후 4시쯤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에서 회사 측 강호돈 부사장과 금속노조, 현대차노조, 비정규직노조 대표 간 교섭이 시작됐고 이날은 상견례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공동투쟁본부가 회사 측과 벌일 교섭안은 '농성장의 비정규직 고소고발, 손해배상, 치료비 등 해결, 농성자 고용 보장, 비정규직노조지도부의 사내 신변 보장, 불법파견 교섭에 대한 대책 요구'다.

공정 점거는 풀었지만 농성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경찰로부터 체포영장이 발부되거나 청구된 16명의 비정규직 조합원 등은 공장 내 비정규직노조사무실 앞에 천막을 치고 다시 농성에 들어갔다. 위 요구안에 회사 측이 어떻게 나올지를 두고 불씨가 남은 것이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보도자료를 내고 "1공장 농성은 해제했지만 불법파견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7월 22일 대법원, 11월 12일 고등법원이 판결한 것과 같이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을 즉각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2년 미만자일 지라도 불법파견인 것은 명백하다"며 "오늘 농성해제는 교섭을 진행하겠다는 대승적인 판단이며 불법파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투쟁을 이어갈 것이다"면서 "현대차는 제조업에 금지된 파견행위를 중단하고 즉각 정규직화하라"고 촉구했다.

농성 해제가 이뤄지지 않을 것 같던 8일 "끝까지 비정규직노조를 지지하고 지원할 것"이라는 성명을 냈던 진보신당 울산시당은 9일 성명을 내고 "비정규직노조가 어려운 결정을 내린 만큼 현대자동차 사측은 향후 이어질 교섭에 성실히 임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현대차는 농성과정에서 생긴 고소, 고발, 손해배상, 치료비 등은 즉각 해결해야 하며, 비정규직노조 지도부의 신변보장, 농성자에 대한 고용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며 "또한 사측에서 보인 관리자와 용역에 의한 폭력행위 등에 대한 사과가 우선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대차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불법파견에 대한 대책을 명확히 내어 놓아야 하며 다시 한번 성실교섭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자동차 사측의 조건없는 교섭을 촉구하는 한편 시의원단이 결의안을 발의했던 민주노동당 울산시당도 9일 회사측의 성실한 교섭을 촉구했다.

울산민노당은 성명에서 "대법원과 고등법원의 판결로 이미 불견 파견이며 정규직화 되야 한다는 것이 판명됐다"며 "회사 측은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교섭에 임하고, 고소고발과 손해배상을 당장 철회하라"고 강조했다. 

한편 극적인 농성 해제에 따라 금속노조가 8일 밤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결의한 15만 금속노동자 14일 4시간 총파업도 일단 유보됐다.

특히 금속노조 총파업 참가 여부를 두고 8일 낮~9일 새벽 진행한 현대차노조 찬반투표 결과도 공개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