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시는 분의 의지가 중요하지만, 담배 맛하고 똑같아 이걸 이용하면 대부분 담배를 끊으세요.”

25일 찾은 서울 노원구의 한 전자담배 매장 직원이 제품을 추천하며 말했다. 그는 “담배 맛과 똑같은데 타르 같은 유해물질이 없다”며 “새해에 금연을 결심한 남자분들뿐 아니라 여자분들도 많이 사간다”고 친절한 설명을 곁들였다.

3년 전 국내 판매가 시작된 전자담배는 ‘몸에 덜 해롭고, 금연에 도움이 된다’는 이미지로 점차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파악한 전자담배 판매 현황을 보면, 등록된 업체만 20여개에 상품 종류도 50여종에 달한다. 전자담배 판매처에서는 손님들을 상대로 ‘또 다른 담배’가 아닌 ‘금연보조제’처럼 소개하며 구매를 권유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금연단체들과 전문가들은 “전자담배가 몸에 덜 해롭거나 금연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검증된 적이 없고, 안전성도 확실하지 않다”며 “전자담배 역시 또 다른 담배일 뿐”이라고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전자담배의 안전성은 아직 검증된 바 없고, 금연 효과도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금연을 위한 목적으로 전자담배를 사용하지 말라”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담배인지 아닌지 여부를 구분하는 기준은 니코틴이다. 니코틴이 없는 것은 금연보조제(의약외품)로 허가돼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관리를 받지만, 니코틴이 있는 것은 담배로 취급돼 기획재정부가 관할한다. 전자담배는 니코틴 액체를 전기로 가열해 발생한 연기를 흡입하는 방식으로,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전자담배를 담배에 포함시키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내놓은 상태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와 한국금연연구소는 “최근 협회나 연구소에 전자담배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은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사무총장은 “두통과 메쓰꺼움 등을 호소하는 사람이 증가해 부작용 사례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또 “전자담배는 1갑이나 1개비 단위로 계산이 되지 않아 흡연량 조절이 쉽지 않다”며 “또 다른 중독으로 가게 될 우려도 있고, 액상 니코틴에 대한 법적 기준도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자담배 회사의 누리집과 상품을 살펴보면 일반 담배처럼 니코틴 농도를 공개하는 곳은 몇 군데 되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 검사에서도 5개 제품 가운데 4개 제품의 니코틴 함량이 표시된 수치보다 초과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이철민 교수(가정의학과)는 “그동안 전자담배에서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와 니트로소아민(TSNA)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타르 같은 발암물질이 없어 몸에 덜 해롭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순한 담배가 몸에 덜 해롭다는 주장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금연단체들은 전자담배를 보건복지부나 식약청에서 일괄 관리하고, 위해성 검증 근거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