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화 합의 사실상 무산
勞 "법제화 서두르자" 使 "고용유연성부터" 政 "청년실업 때문에…"

`고령화사회 대책으로 정년 연장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일반 기업 근로자 정년을 법제화하기 위한 노사정 합의가 사실상 불발됐다.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데는 노사정 모두 공감했지만 방법론에서 의견 차이가 컸다.

노동계는 조속한 법제화를, 경영계는 점진적인 정년 연장을 주장했다. 정부는 정년 연장에 따른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한발 물러섰다.

노사정은 지난해 3월 24일 노사정위원회 안에 `베이비붐 세대 고용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만들어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도입, 근로시간 유연화 등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 퇴직이 올해부터 본격화함에 따라 고령자 실업 문제가 사회 문제로 비화할 염려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고령자 고용 지속 문제를 외면하면 사회적으로 더 큰 부작용이 생길 것이 염려되지만 정년 연장과 고령자 고용 지원으로 청년 실업이 심화될 수도 있기 때문에 `양날의 칼`과 같았다.

노동계는 정년 연장을 비용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되며 2013년 법제화를 통해 고령화사회에 선제 대응한다는 의견을 밝힌 반면 경영계는 현재 연 공급 임금체계를 성과 위주로 전환하고, 고용경직성을 완화하는 것을 전제로 점진적인 정년 연장을 주장했다.

정부는 정년 연장에 따른 재정 부담 해소와 청년고용 감소 완화책 마련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위원장 1명과 위원 15명(노동계 3명ㆍ경영계 3명ㆍ정부 4명ㆍ공익위원 5명)으로 구성된 대책위는 지난 16일 간사회의와 18일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고 정년 연장 법제화 등 막판 합의를 시도했지만 노사정 의견 차이가 워낙 커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1년간 활동을 종료했다.

대책위는 그동안 논의 결과와 노사정 의견을 정리해 다음달 중순 열리는 차관급 회의체인 상무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지만 상무위에서 이견이 해소돼 극적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고령자고용촉진법에는 `사업주가 정년을 정할 때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이는 선언적 규정에 불과하다. 현재 일반기업 근로자 평균 정년 연령은 57.2세지만 실제로는 53세 전후로 퇴직하고 있다.

고령자 실업 문제가 심각한 유럽에서는 고령 인구 증가와 출산율 감소, 경제위기 이후 재정적자 감축 노력 일환으로 정년 연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