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과 연대해 노조법 재개정 시도
전문가들 "명분 없고 가능성 낮아"

"타임오프는 노조 자체를 무력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

노조법 재개정을 요구하는 노동계 춘투(春鬪)가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6일 전국 단위노조 대표자대회를 열고 노조법 전면 재개정 투쟁을 선언했다. 이용득 위원장은 "우리가 선택할 길은 노조법 재개정과 무력화 투쟁을 동시에 전개하는 것"이라며 "올해 임단투에서 실질적인 전임자를 확보하고 전국적인 투쟁을 벌여 (복수노조)교섭창구 단일화를 분쇄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노조법 재개정을 위해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내며 본격적으로 공조하기로 했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야4당도 타임오프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를 각각 폐지하는 내용으로 노조법 개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하는 등 노동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양대 노총은 7일 야4당과 함께 노동법 대책위원회를 열어 노조법 재개정 핵심 8개 항이 이달 임시국회에서 입법 발의될 수 있도록 요구하기로 했다. 사상 첫 `양대 노총과 야4당 연대`가 성사된 셈이다.

양대 노총은 타임오프ㆍ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폐지뿐만 아니라 경기 회복에 따른 임금 인상 기대감, 최저임금 상향, 사내 하도급 등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한진중공업 등 정리해고, 연세대 환경미화원 파업 등 이슈 역시 춘투 동력으로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정작 현장은 조용한 편이다. 양대 노총 움직임이 소수 노조 전임자를 위한 `밥그릇 챙기기`로 비치면서 노조법 재개정을 위한 총파업에 동조하는 조합원은 많지 않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타임오프 반대 총파업을 추진했지만 현장 무관심 속에 성과 없이 끝낸 전례가 있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조법을 재개정하자는 것은 명분이 없고 실현 가능성도 작다"며 "현장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대규모 파업이 발생하거나 노사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경영자총협회(경총)는 노동계와 정치권 움직임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야당이 내년 총선ㆍ대선을 의식해 노동계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무책임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경총 관계자는 "노사가 합의해 만든 타임오프가 산업현장에서 정착됐고, 7월 복수노조 도입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법 개정을 시도하는 것은 산업현장에 혼란만 가져올 뿐"이라며 "노조법 재개정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법 재개정에 대한 고용노동부 생각은 명확하다. 노조법 재개정은 있을 수 없으며 `선시행ㆍ후보완`한다는 것이다.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타임오프와 복수노조 제도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타임오프는 3년마다 한도를 재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면 그때 가서 논의하면 된다"며 "복수노조는 아직 시행하지도 않았는데 법을 다시 고치자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