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업장에 2개 이상 노조가 존재하는 복수노조와 교섭창구 단일화가 13년 동안이나 유예된 끝에 드디어 다음달 1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09년 말 기준 노조 수는 4689개. 전문가들은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1년 이내에 400~500개 노조가 더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사측과 교섭창구 단일화다. 노조법에 따르면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를 차지한 노조가 사측과 교섭권을 갖고, 과반수 노조가 없을 때는 노조 간 합의를 통해 공동교섭대표단을 꾸려야 한다. 이렇게 되면 소수 노조가 배제되거나 노(勞)-노(勞)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 사측 지원을 받는 어용 노조가 힘을 얻어 교섭권을 획득할 수도 있다. 조합원의 노조 이중 가입에 따른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노총은 지난 24일 교섭창구 단일화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냈다. 반면 경영자총협회는 "교섭창구를 단일화하지 않으면 여러 노조와 1년 내내 교섭만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결국 복수노조 성공 여부는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경영계는 노무 관리 역량을 강화하면서 복수노조가 생기더라도 조합원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강성 노조가 있는 일부 기업에서는 복수노조가 허용돼도 현재 노사관계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민주노총을 탈퇴한 상신브레이크 서울지하철노조 KT 등에서 민주노총을 지지하는 복수노조 설립 움직임이 있다. 반대로 KEC 동서발전 등 민주노총 소속 강성 노조에서는 온건 성향의 노조가 설립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복수노조 첫 타깃으로 삼고 있는 삼성과 포스코에서는 노조가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양대 노총은 삼성과 포스코에 노조를 세우는 것을 당장 서두르지 않고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충분히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면 대표교섭권을 가질 수 없고 공동교섭대표단을 구성하더라도 전체 조합원의 10%를 확보하지 못하면 참여하지 못한다"며 "노조 설립을 서두르기보다는 최대한 준비작업을 진행해 사측 방해 공작을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을 비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노조 입지가 튼튼한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에서는 새로운 노조가 설립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대차는 기존 노조를 견제하는 현장노동조직이 5~6개 활동하고 있어 이들이 복수노조를 만들 수도 있지만 실제 설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조합원 확보가 쉽지 않은 데다 새 노조를 만들면 기존 조합비나 투쟁기금 등 `기득권`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현재까지 상대를 겨냥한 복수노조 설립 움직임을 본격화하지 않고 있다. 조직 확대 경쟁이 결국 `제 살 깎아먹기`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의도적으로 상대 노총에 가입한 노조를 공략하기보다는 노조가 없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새 노조 설립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14.1%와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19.6%는 한국노총으로,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25.0%와 무노조 사업장의 19.6%는 민주노총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노조가 있는 곳에서는 민주노총 성향의 조직 결성 수요가 더 많을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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