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모든 사업장에서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면서 국내 대표기업 중 무노조 원칙을 표방해온 삼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 내부와 경영자 단체에서 삼성의 노조 설립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노동계는 복수노조 시대의 시범케이스로 삼성을 겨냥, 노조설립 지원을 위한 행보로 분주하다.

삼성 안팎에서 노조 설립을 위한 움직임들이 조금씩 포착되고 있지만 `삼성 노조`라는 상징성과 폭발력을 의식한 듯 구체적인 액션이나 향후 전술에 대해서는 노동계도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4일 노동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내 노동계를 양분하고 있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각각 삼성 내 노조설립을 위한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무노조 사업장 지원 TF팀`을, 민주노총은 `삼성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등 실질적인 조직을 꾸리고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 중이다.

무노조의 상징인 삼성에 노조를 설립하는 것 자체가 노동계로서는 일종의 숙원사업. 그동안 삼성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노조는 안 된다"는 고(故) 이병철 창업주의 `경영철학`을 고수하며 `복수노조 금지` 조항을 활용해 노조 결성을 원천적으로 막아왔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방침에 따라 78개의 계열사 중 노조가 설립돼 있는 곳은 삼성중공업, 에스원, 메디슨, 삼성정밀화학, 삼성생명보험, 삼성증권, 호텔신라 등 7개사에 불과하다. 이중 일부 계열사는 노조원이 2~3명밖에 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노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의 노조 설립에 노동계가 높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내부에서도 찾을 수 있다. 현재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으로 양분된 노동계의 판도가 복수노조후 제3 노총의 등장으로 새롭게 재편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대비해 양대노조가 삼성과 포스코 같은 상징적 기업의 노조 설립을 지원함으로써 복수노조 시대의 주도권을 잡아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진보 정치권도 삼성노조 설립 지원에 가세하고 있다. 진보신당은 삼성 내 노조설립 움직임을 법률적·여론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삼성노조설립 지원센터`라는 상담창구를 마련,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같은 움직임에 맞서 삼성은 `노사 협의회 권한과 직원 복지 강화`라는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근로자와의 소통을 늘리고 인사체계를 개편하는 등 회사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생겨날 환경을 미연에 차단함으로써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노총 삼성대책위`에 참여중인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은 "백혈병으로 사망한 삼성전자 노동자가 산업재해 인정을 받는 과정에서 노조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커졌다"면서도 "최근 사측이 문제 사원들을 개별적으로 면담하고, 내부 교육을 강화하고 있어 공개적 활동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성재 진보신당 연구위원도 "삼성 사업장 내부에 자주적인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지만 사측의 방해가 많아 관계자들이 조심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노동계에서는 삼성내 노조설립 지원의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공개를 꺼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세부전략이나 실천방안이 공개될 경우 방해도 그만큼 구체화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한국노총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만 했고 민주노총 관계자도 "아직 언급할 단계가 아닌 것 같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1사 1노조 체제에서 1사 다노조 체제가 도입되며 강성노조가 있는 곳은 복수노조 시행을 환영하는 반면, 무노조 경영을 해온 곳은 신규 노조가 생길까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삼성 등 무조노 경영을 해온 기업의 경우) 빠른 시일내에 (노조가)
설립되기는 어렵겠지만,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