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5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에서 17시간30분간의 협상 끝에 합의안을 마련한 김억조 사장(앞줄 오른쪽)과 노조 교섭위원들이 홀가분한 표정으로 교섭장을 나서고 있다. [울산=뉴시스]
현대자동차 노사가 24일 3년 연속 무분규 임금단체협약(임단협)에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노사가 노조법의 규정대로 무급(無給) 전임자 수를 줄이지는 않아 타임오프제를 편법으로 비켜갔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이날 합의문에서 기존 237명인 노조 전임자를 53%나 줄인 111명으로 합의했다. 이 중 유급은 26명, 무급은 85명이다. 조합원이 4만5000여 명인 현대차 노조의 법정 유급 전임자 수는 26명이다.
노조에 따르면 무급 전임자 85명의 연간 임금총액은 약 86억원. 문제는 이 86억원을 노조와 회사 중 누가 지급하느냐다. 장규호 현대차노조 대변인은 “조합비를 0.6~0.8%(조합원 1인당 약 1만6000원) 인상해 충당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법정 인원을 초과하는 무급 전임자의 임금을 노조가 자체적으로 지급하면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사측이 각종 성과급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원할 경우 법 위반이다. 이미 한국GM이나 기아차, 대우조선해양 등 조합원이 많은 사업장에서 이 같은 편법이 동원됐다. 기아차의 경우 노사가 각종 수당을 신설해 임금을 올린 뒤 노조 전임자의 임금으로 썼다.
고용노동부는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아차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 같다”며 “이면 합의가 없는지, 실제 조합비를 인상하는지를 봐야 안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사는 이번 합의안에서 근속수당과 통합수당을 각각 5000원과 1800원 인상했다. 현대차 노사의 합의안에 대한 적법성 여부와 관계없이 노동계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타임오프제가 중소기업은 지키고 대기업은 무시되는 법이 됐다”고 말했다. 조합원이 적은 중소기업에서는 조합비를 올려도 무급 전임자 임금을 보전하는 데 한계가 있어 타임오프제를 지키는 반면 대기업에서는 타임오프제의 본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노사는 이날 기본급 9만3000원(통상급 대비 4.45%) 인상, 주식 35주 등 성과·격려금 2000여 만원 지급 등에 합의했다. 또 직장세습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노조의 ‘신규 채용 시 장기근속자 자녀 우선 선발’ 요구가 수용됐다.
이기원·장정훈 기자
◆타임오프(Time-0ff)제=노조 전임자에게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노사교섭, 고충처리 등 노무관리 업무에 한해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 노사정(勞使政) 합의로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됐고, 위반하면 사업주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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