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부터 동일 사업장내 둘 이상의 노조 설립이 허용되면서 은행권에도 복수노조가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기존 노조들은 `찻잔 속 태풍`으로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자칫 노조의 기반이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도 관측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산업노동조합 소속 사업장인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농협은 지난 7월초 고용노동부의 정식 절차를 밟아 신규노조를 설립했다. 최근에는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에 줄기차게 반대의사를 표명해온 외환은행에도 복수 노조가 등장했다.
새로운 노조를 결성한 심상달 외환은행 구미4공단지점 차장은 "투쟁기간이 길어지다보니 직원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새로운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 노조를 설립하게 됐다"며 "기본적으로 현 조합과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시민단체 등과도 유대관계를 맺어 전체 직원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노조들은 새로 설립되는 노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는 눈치다. 기본적으로 2명 이상이면 노조 설립이 가능해 조합원의 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설립된 신규 노조는 10명 안팎의 조합원이 가입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뜻이 아무리 좋은 노조라도 2~3명의 조합원으로는 동력을 낼 수 없다"며 "7월 이후 생긴 노조가 외형적으로 두드러진 활동을 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기존 노조의 차기 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일부 노조원들이 신규 노조를 설립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모 시중은행의 경우 기존 노조 위원장 선거에서 떨어진 사람들이 모여 신규노조를 설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 노조 관계자는 "신규노조는 기존 노조가 온건노선이라면 강경노선을, 강경노선이라면 온건노선을 지향하며 야심차게 시작하지만 현 집행부에 대항할 만큼의 영향력은 갖기 힘들다"며 "그런데도 새로 설립한 것은 나중을 위해 미리 기반을 닦자는 의도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규 노조의 활동이 적극적이지 않더라도 기존 노조 입장에선 새롭게 등장한 이들이 달갑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다른 노조관계자는 "외환은행이나 SC제일은행처럼 사측과의 갈등이 첨예하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복수노조를 설립한다는건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동력이 분산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X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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