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0~11일 상황일지에는 국정원이 노조 동향을 사찰해 사측에 정보를 제공했고 사측이 노조의 공장점거에 대비해 경찰 순찰차를 지원받은 정황이 나온다.

문서에는 사측이 ‘4공장 점거 정보’를 국정원으로부터 입수하고 ‘경찰 순찰차 4대 지원’을 받아 비상대기에 들어간 것으로 돼 있다. 관리자들은 필요물품으로 ‘각목, 헬멧, 호루라기, 랜턴’ 등을 지원받았다. 당시 파업 중이던 노조는 사측이 교섭에 제대로 응하지 않자 지난해 10월21일부터 공장점거 농성에 들어갔고, 11월3일 노사합의 끝에 점거를 풀었다. 농성 과정에서 김준일 금속노조 구미지부장이 경찰 검거에 저항하며 분신하기도 했다.

문건을 보면 국정원은 공장점거가 끝난 뒤에도 계속 노조 동향을 사찰하고 정보를 사측에 제공했던 흔적이 드러난다. 그러나 노조는 공장을 다시 점거하지 않았다. KEC 노사협력파트에서 작성한 ‘주간업무’ 문서를 보면, KEC는 파업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4월부터 이미 경찰서, 고용노동부, 시청, 지방노동위원회, 경총과 공조체계를 구축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KEC지회 관계자는 “노동부가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침묵하고 사측 편들기로 일관한 이유가 드러났다”며 “구미고용노동지청이 KEC지회의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한 이후 회사는 대대적 징계와 고소·고발, 30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교섭 거부 등으로 노조를 탄압했다”며 “구미고용노동지청은 회사의 노조 탈퇴 공작도 각하 처분했다”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미경 의원(61)은 “고용노동부와 관공서가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해 사측과 협조한 것이 드러났다. 국회 차원에서 특별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KEC 노무담당자는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정보도 들은 적이 없다”면서 “문건도 담당 실무자가 본인의 생각을 적은 정도이지 실제로 이행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