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허용이 노동계 전반을 지배해온 그동안 헤게모니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 중심에서 탈피해 새로운 `그들만의` 노동조합을 만들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민노총 소속 사업장 내 노조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시행 100일 동안 새로 설립된 노조 498개 가운데 절대다수인 426개(85.5%)는 `나 홀로`를 택했다. 신규 노조가 민주노총을 택한 사례는 21개에 머물렀고, 한국노총도 51개 노조밖에 선택하지 않았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탈퇴해 나온 노조는 많은데 새롭게 들어간 노조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런 선택은 일부 반발세력의 `찻잔 속 돌풍`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오히려 많은 노조가 근로자들에게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었다.

387개 노조 중(무노조 사업장 노조와 초기업 노조 제외) 가운데 111개(28.7%) 노조가 사업장 근로자들에게 과반수 지지를 얻었다.

더욱이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에서는 이런 추세가 더 강했다. 신규 노조 129개 중 50.4%인 65개에서 사업장 전체 노조 조합원 과반수를 확보했다.

이러한 현상은 `나 홀로` 신규 노조가 근로자들에게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정치 지향적인 노동운동에서 개별 사업장 내 특화된 `현장중심형` 노사관계를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풀이된다.

아직 규모가 큰 대기업 노조나 민주노총 핵심 사업장까지 근본적으로 확산되지는 않고 있지만 지난 7월 복수노조 시행 이후 100일 만에 이뤄진 주목되는 변화라는 지적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일고 있는 근로자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면서 "점진적이지만 노동운동 헤게모니가 바뀌고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기업과 사업장 내에서 신규 노조가 생겨나고, 기존 상급단체 틀을 벗어나는 흐름이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이유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스스로 어떻게 변화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독립노조가 확산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미 전체 노조 가입 근로자 중 20%인 30만명가량이 양대 노총에 가입하지 않은 미가맹 노조원"이라면서 "이는 역대 가장 많은 규모로, 양대 노총에 대한 근로자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근로자 이해관계를 반영할 수 있도록 양대 노총이 환골탈태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독립노조가 많아지면 노동운동이 불안정해지기 쉽다"고 강조했다. 독립노조는 외풍에 휘둘리기 쉽고 방향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신규 노조가 독립노조화하는 경향에 대해 "새롭게 늘고 있는 독립노조는 대부분 사용자가 주도한 `어용노조`"라면서 "복수노조를 둘러싼 현장 내 혼란과 갈등은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7월 한 달 동안 민주노총 사업장에서 생겨난 신규 노조를 분석한 결과 66%가 어용노조로 분류됐다고 덧붙였다.

한국노총도 "복수노조 허용과 함께 도입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사용자의 노무관리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사용자 개입에 의해 설립되는 사용자 노조를 철저히 단속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복수노조 시행과 맞물려 관심을 모았던 삼성그룹에서는 아직까지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버랜드 등에 노조 설립이 이뤄진 것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노조 설립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