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말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바닥재 박람회. 3일 동안 2000여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를 끈 전시회에서 국내 업체 LS전선이 선보인 것은 고기능 바닥재였다. 산업용 고무로 만든 다채로운 제품군이 전시된 가운데 중국 소비자들은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내 소음을 차단하는 층간차음재, 항균고무로 된 바닥재 등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전선업체와 바닥재 시장. 연결고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바닥재 시장의 비밀을 알면 의문은 쉽게 풀린다. 고기능 바닥재의 핵심은 `콤파운딩(compoundingㆍ화합물, 합성절연체) 기술`.

콤파운딩이란 두 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을 결합해 산업용 소재로 만드는 기술을 뜻한다. 고무, 합성수지 등 배합 기술에 따라 천차만별의 물질이 만들어지기에 이 기술은 기업 간 극비 사항으로 통한다.

특히 `고무` 콤파운딩 기술은 케이블(전선)의 절연체(부도체)를 만드는 데 있어 필수적인 기술이다.

LS전선 관계자는 "고무 콤파운딩 노하우가 생겨 이와 비슷한 화학식을 가진 다른 물질을 섞는 콤파운딩 기술에 영감을 받았고 이를 통해 고기능 바닥재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다. 콤파운딩 기술로 탄생한 바닥재에는 폴리프로필렌, 폴리에스터, 합성고무 등 다양한 물질의 장점이 그대로 녹아 있다.

바닥재 시장은 세계적으로 6조원 규모(2012년 추산)로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하지만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내 굴지의 전선업체들이 바닥재 시장에 하나둘씩 뛰어들기 시작했다.

현재 세계 1위 전선업체인 이탈리아 프리스미안도 세계적 타이어업체 피렐리와 함께 고기능 고무 콤파운딩 기술을 내놓고 있다. 독일 노라, 영국 포보 등 유럽 업체들의 눈도 바닥재 시장에 쏠려 있다.

국내 전선업체인 LS전선도 고기능성 바닥재를 잇달아 선보이며 그 기술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신성장동력으로 산업고무 등 소재산업을 강화하겠다던 사측의 선포 이후 1년 만에 일군 성과다.

지난 4월 친환경 바닥재 소프트롱, 항균고무 바닥재 세이프플랜 등 LS전선이 선보인 바닥재 제품은 미국 환경 인증인 플로어스코어(FloorScore) 인증 및 CPSIA(소비자제품안전증명)에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LS전선 관계자는 "회사가 생산한 고무 바닥재는 폴리염화비닐 등 유해물질이 발생하는 합성수지를 첨가하지 않았으며 고무의 고강도 기능 및 소음 방지 등 장점을 살려내 호평받았다"고 전했다. 플로어스코어 인증을 받으면 진입 장벽이 높은 북미를 비롯한 유럽 시장에 보다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다.

이 회사의 `층간차음재` 역시 콤파운딩 기술 개발을 통해 탄생했다. 차음재란 외부 소음을 차단하는 것으로, 소리를 흡수하는 일반 흡음재보다 방음 효과가 더 크다.

콤파운딩 기술로 만들어진 4개 물질(폴리프로필렌, 폴리에스터, 폴리에틸렌, 스티로폼)을 6개 층으로 쌓아 올려 외부 소음을 20분의 1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