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칼텍스 , LS전선 , 도로공사, 세아베스틸 … '정년 60세' 연장기업 앞다퉈 임금피크제 도입

   기업은 인건비 절감 근로자는 고용안정 보장

◆ 정년 60세 시대 / ③ 임금삭감 없는 정년연장 없다 ◆

A은행에서 27년째 일하고 있는 박상영 부장(가명 · 56)은 지난 1월부터 임금피크제를 선택해 감사일을 맡고 있다. 명예퇴직을 할까도 고민했지만 10개월가량 일해 본 지금은 실보다는 득이 더 많다고 한다. 박 부장은 "명예퇴직을 한 뒤 계약직으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지만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고 있으면 등록금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계약직이 더 악수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은행원들 평소 업무가 노후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쁘기 때문에 명퇴 이후를 생각하지 못한 것도 임금피크제를 선택한 이유"라고 말했다.

물론 임금피크제에 대한 회의가 들 때도 있다. 박 부장의 올해 연봉은 지난해에 비해 48%나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 직장 그만두는 순간 사회와 단절되는 것보다는 실적이나 마음에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임금피크제가 낫다"며 "사실 일할 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다"고 웃었다.

B은행에서 31년간 일해온 김진웅 부장(가명 ·56)은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아 일한 지 2년째다. 첫해에 기본급이 30%줄어든 연봉을 받았고 올해는 40% 삭감된 금액을 받고 있다. 김 부장도 2년 전에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고 한다.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면 왠지 모를 패배감을 느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생각을 의연히 이겨냈다고 한다. 그는 " 주변 동료들은 자녀 교육비 땜누에 어쩔 수 없이 임금피크제를 선택했다고 하지만 나는 아내가 일을 하기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도 없었다"며 "사실 굳이 험악한 세상에 미리 나갈 필요보다는 그전에 노후나 정년 이후의 삶을 준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임금피크제 예찬론자가 됐다. 급여가 줄어드는 박탈감은 느낄 수 있지만 오히려 직업을 오래 가지면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부장은 " 임금피크제 전에는 실적과 승진에 몰두를 해야 하는데, 그런 스트레스도 없고 자기계발에 힘도 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만 55세에 도달한 근로자 270명을 대상으로 임금 피크제 신청을 받을 결과 100명이 지원했다.

2017년부터(300인 이상 사업장은 2016년부터)모든 근로자가 정년 60세까지 근무하기 위해서는 장년 근로자가 오래 일하는 대신 자신이 받는 임금을 줄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호봉이 높은 장년 근로자가 임금을 더 받는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구조다. '4말5초'나 '오륙도'같은 말이 유행하게 된 것은 기업이 임금의 과도한 연공성 때문에 정년 전에 회사에서 근로자들을 내보내서다.

한국 노동연구원이 임금의 연공성을 국제 비교한 자료에서도 우리나라의 관리 , 사무, 기술직 근속 1년 미만 근로자의 임금 수준을 100으로 했을 때 근속연수 20년 이상인 근로자의 임금 수준은 218.0이다.

이는 프랑스(130.0) 독일(126.9) 영국(101.9) 등 유럽에 비해 월등히 높고 임금의 연공성이 크다고 하는 일본(214.7)보다도 높았다. 그런 이유로 일정 연령이 넘으면 급여를 깎는 대신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인 임금피크제가 정년 60세 연장에 따른 기업들의 부담을 줄이고 근로자도 안정적으로 정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GS칼텍스의 경우 정년 60세가 법제화되기 전인 지난해 1월부터 임직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기업과 직원들이 모두 만족하고 있다. 2011년 5월께 임단협에서 노사협상을 통해서 종전의 정년인 만 58세에서 만 60세까지 2년을 더 연장하는 대신 정년 연장된 2년 동안 급여는 직접 기본급의 80%수준을 적용하도록 했다. GS칼텍스 임직원 가운데 임금피크제를 선택한 인원은 모두 83명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법제화 이전에 노사합의로 정년 연장이 결정돼 임직원의 만족도가 높다"며 "업무 경험이나 노하우 등을 전수 할 수 있어 업무생산성 등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임금 피크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지만 연세대 교수는 "한 기업의 55세인 근로자의 임금이 26세 신입사원 임금의 3배로 가정하고, 기업의 성장과 수익률, 신규채용 인원이 3년평균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55세부터 매년 10%씩 임금이 줄어드는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면 2020년까지 인건비가 7.5%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교수는 이어 " 임금피크제로 인건비 감소효과가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17.5%가량 늘어나기 때문에 임금피크제도입과 함께 근본적인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성과와 직무에 기초한 이금체계로 개편을 해야 하겠지만 단기간에 개선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수봉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 기존 호봉제를 유지하면서 호봉 승급 기준을 근속 중심에서 능력 및 성과 요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면 임금 연공성은 완화될 수 있을 것" 이라며 "호봉제를 근간으로 하더라도 호봉제 이외의 능력급, 성과급, 변동 보너스 등을 추가 도입하는 방식도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성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