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하던 조선업 구조조정에 탄력이 붙었다. 하반기 수주난이 지속되면서 ‘빅3(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를 중심으로 자구책 실행 일정이 앞당겨지는 분위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수주 절벽에 대응하려면 자구 계획을 당겨야 한다”(10일 월례 기자간담회)고 말했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맥킨지에 의뢰한 조선업 컨설팅 보고서 최종안이 이달 말께 나오면 정부는 이를 토대로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먼저 칼을 뽑은 건 현대중공업이다. 채권단·현대중공업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이달 말부터 조선과 해양플랜트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 부문을 분할하고, 정규직 4300여 명을 구조조정하는 안을 곧 발표한다. 이들 가운데 70%가량은 생산직이다. 지난해 구조조정한 3000여 명은 대부분 사무직이었다. 현대중공업은 무급 순환휴직으로 구조조정할 방침이다. 고용은 보장하되 운용 인력만 줄이는 형태다.

 

 

현대중공업은 또 이달 말까지 기업 구조를 개편한다. 조선·해양플랜트 부문이 지주회사가 되고, 나머지 사업 부문은 6개 자회사로 분할하는 형태다. 현재 180여 명인 임원 수도 120여 명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60여 명 을 감축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사정이 더 긴박하다. 맥킨지가 컨설팅 보고서 초안에 ‘독자 생존 불가’라고 평가한 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맥킨지가 ‘대우조선해양을 매각·분할해 현행 조선 ‘빅3’ 체제를 ‘빅2’로 재편해야 한다’는 취지로 초안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지자 대우조선해양은 12일 “과거 5년 매출·영업익이 향후에도 계속된다고 보는 등 비합리적이고 터무니없는 가정 아래 결론을 내렸다”며 “컨설팅을 수용할 수 없다”고 공개 반박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또 “추진하고 있는 자구 노력이 컨설팅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자구안은 ▶자본 확충 1조6000억원 ▶신규 대출 1조원 ▶5조2978억원 규모의 기존 자구안 조기 집행(2조원 추가 자구안 검토) 등이 포함돼 있다. 이와 별도로 지난해 10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지원키로 한 신규 대출 4조2000억원 중 아직 집행하지 않은 1조원의 대출도 집행한다. 생산직을 포함한 1000명을 대상으로 연내 희망퇴직을 받는 것은 물론 2000명의 생산 지원인력을 모아 별도의 조직으로 분사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1만2600명의 대우조선 직원 수는 1만 명 밑으로 줄어들게 된다.

삼성중공업은 1조4551억원의 자구책을 실행에 옮기는 한편 1조1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2018년까지 전체 인력(1만4000명)의 30~40%를 줄인다는 계획 아래 올해 상반기 1392명의 희망퇴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