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 하청근로자 600여명이 회사의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며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정규직 지위를 인정받았다. 판결이 확정되면 사내하청업체에서 2년 이상 근무한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모두 회사와 직접고용 관계를 맺게 된다.

            ▲ 현대·기아자동차 양재동 사옥./현대차그룹 제공

서울고법 민사1부(부장 김상환)는 10일 현대·기아차 사내하청 근로자 370명이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 등 소송 2건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서울고법 민사2부(부장 권기훈)도 이날 현대·기아차 사내하청 근로자280명이 현대·기아차 사측과 하청업체 10여곳을 상대로 낸 4건의 근로자지위 확인 등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회사에 정규직으로 새로 채용되거나 정년이 지난 근로자, 혹은 사망 및 소취하에 합의한 경우 등 일부를 빼고는 모두 정규직 지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현대·기아차가 사내협력업체와 체결한 업무위탁계약은 도급계약의 형태를 띄지만 실질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이 정한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며 “구 파견법 6조 3항의 고용 간주 규정에 따라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는 파견기간 2년 경과로 회사의 근로자로 고용 간주됐음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고용 간주 효과가 발생한 근로자들에 대해 정규직 근로자로서 인정됐다면 받았을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에는 간접생산공정(자동차 공장 컨베이어벨트 라인 상 직접 작업을 하지 않는 공정) 소속 근로자와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도 포함돼 있다.

재판부는 정규직과 차이가 난 임금 약 70억원도 회사 측이 배상해야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하청근로자들이 2년간 계속해 파견 근로를 제공한 날 이전 기간에 대해서는 파견근로자에 대한 차별금지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고 직접고용의무 발생일 이후 기간에 대해서는 고용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현대·기아차 사내하청 근로자들은 지난 2010년 11월 "정규직 근로자 지위를 인정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2014년 9월 1심 법원은 "근무 위치에 따라 직접 생산 공정 뿐 아니라 간접 생산 공정에 종사한 근로자들도 실제로는 현대차가 사용지휘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글로비스를 거친 2차 협력근로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므로 모두 도급이 아닌 파견으로 인정된다"며 이들 대부분을 근로자로 인정했다.

대법원도 2012년 2월 현대차 협력업체 소속으로 근무하다 해고된 최모(41)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재상고심에서 현대차의 사내 하청이 불법 파견이라며 원고 승소 판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