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은 지금 사이버 테러와 전쟁 중

첨단 안보기술의 현장, 국가사이버안전센터 화이트 스크린이 올라간다. ‘지이잉~’하는 소리와 함께 벽이 갈라진 다. 그리고 투명 유리 너머 상황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전면에는 커다 란 스크린이 보인다. 십여 명의 요원들이 부지런히 키보드와 PC모니터 를 응시하며 사이버망의 안전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바로 이곳은 서울 강남구 모처에 위치한 국가사이버안전센터다. 대규 모 사이버 공격에 대비하여, 24시간 365일 대한민국 인터넷망을 감시 하고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곳이다.   사이버 테러 꿈도 꾸지마 24시간 철통 방어 국정원의 한 부서로 사이버 안전 매뉴얼에 따른 예방활동, 사이버 공격 에 대한 정보 수집, 예보 경보 발령 등의 활동을 통해 국가 정보 통신망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이들의 주요 임무다.   십여 명의 요원들은 각자의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서 전국의 인터넷 망 감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사이버 안보를 위해서 그들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피곤한 눈을 어루만지며‘사이버 파수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중이다. 영화속 정보요원처럼 왼쪽 가슴에 권총을 끼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갈한 복장, 단정한 머리, 커다란 중앙 스크린에는 각기 다른 12개의 화면이 보인다, 한 가운데 에 떠 있는 한반도의 지도를 통해 전국 인터넷망의 안전 상황을 실시간 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지역에는 모두 ‘정상’ 등급인 초록색 불이 들어와 있는 가운데, 서 울 지역에만 ‘관심’ 등급의 파란색 불이 켜져있다. 서울 지역의 인터넷 망 한 곳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다는 불길한 신호다.   모니터를 지켜보던 상황실 요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진다. 다행히 10 분 정도 흐르자, 서울 지역에도 드디어 초록색 불이 켜졌다. 하지만 안 도의 한숨을 쉴 틈조차 없다. 어느새 파란불이 들어온 인천 지역이 ‘구 조의 손길’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겉보기에 센터는 일반 회사 사무실과 다르지 않지만, 그 내부는 매우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창문이라곤 없는 내부에는, 각 회의실이나 사무실의 용도나 이름을 알리는 표시도 없다.   외부인이 이곳에 출입을 하려면 입구에서 휴대폰이나 녹음기, 카메라 를 맡겨두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또 공항에서나 볼 수 있는 금속검 사기는 이곳에서 하는 일의 성격을 단번에 알 수 있게 한다.   노대통령, “국정원이 책임져” 1995년에 개봉한 산드라 블록 주연의 ‘네트(NET)’는 사이버테러에 의 한 개인정보 도용과 사회 전반에 걸친 안전망의 부재로 인한 사회혼란 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사이버테러에 의한 사회혼란 야기와 인류 위협에 대한 스토리는 더 이상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만 일어 나는 일은 아니다.   2003년 1월 25일. 사상초유의 인터넷 대란을 기억하는가. 국내의 모든 유·무선 인터넷이 마비되었다. 인터넷을 통한 검색도, 오 락도 학습도 할 수 없었다. 인터넷 쇼핑몰 거래도 멈추고, 온라인 입출 금까지 중단되는 바람에 자칫하면 금융대란으로 이어질 뻔했다.   이처럼 전국이‘패닉 상태’에 빠졌는데도 책임질 기관이 한 곳도 없었다 고 한다. 당시 당선자 신분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은 책임기관의 부재를 문제 삼았다.   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정원이 책임져야 합니다”라며 단호하게 말 했다고 한다. 이 일을 계기로 2003년 7월 국가사이버안전센터에 대한 대통령 재가가 이루어졌고, 2004년 1월 2일부터는 드디어 본격적인 업 에 들어갔다.   날카로운 감시와 분석으로 사이버 테러 대비 2004년 10월 호주 사이버테러대응센터로부터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 은행의 위장 홈페이지가 국내의 한 고등학교에 설치되어 있다는 정보 가 국가사이버안전센터로 들어왔다. 센터의 요원들은 인터넷 상에서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빼내는 사기수법인 ‘피싱(Phishing)' 범죄로 추측했다.   센터의 요원들은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국내 사이트가 피싱 사기 위장 용으로 이용되는 비율이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를 기록할 정도로 피 싱 범죄가 심각한 상황이라, 무엇보다 신속한 대응이 필요했다.   범인들은 보안 관리가 부실한 학교 홈페이지를 이용했지만, 세계 도처 의 관계 기관과 정보를 교류하고 있는 국가사이버안전센터의 감시망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센터 요원들은 결국 금융사기에 악용될 수 있는 개인정보 수집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기관에 통보했다. 하마터면 크게 확산될 뻔 했던 개인의 금융피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   그 해 6월에는 모 시청 사이트가 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민원 서비스 가 일제히 중단된 적도 있었다. 전산망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는 위험 성을 지닌 바이러스였다. 국가사이버 안전센터는 곧바로 원인조사에 들어갔다. 원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 이후, 취약점을 제거하고 복구 작 도 신속하게 진행해 나갔다.   모든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는 데 걸린 시간은 3시간. 발 빠른 대응으로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센터는 각종 해킹 사 고나 악성 코드 및 바이러스 감염, 홈페이지 위조 등에 대해 날카로운 감시와 분석의 눈을 떼지 않고 있다.   포괄적 안보 개념으로 확대 사이버테러는 새로운 국가안보의 위협 요소로 급부상함에 따라 세계 각국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사이버테러 9 위 국가로서 국익손실을 넘어 국가안보 위협의 우려가 있다.   이에 윤석구 국가사이버안전센터장은 “최근 국가안보의 개념은 군사 적 위협, 대량 살상무기 등 전통적 안보개념에서 벗어나 환경을 보호하 고 재해재난을 방지하거나 사이버공간을 안전하게 지키는 등 비군사적 분야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안보개념으로 확대되었다”면서 사이버테러 대응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현재 사이버안전센터는 대통령훈령으로 ‘국가사이버안전관리규정’을 제정하여 ‘국가사이버안전매뉴얼’을 작성 배포하고, 활용토록 하고 있 다.   또 각 분야와 긴밀히 협조하여 유사시에 대비하는 등 범국가적 차원의 사이버안전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뿐 만 아니라, 미국·영국 등 선진국과의 사이버보안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사이버 위협에 공동 대응하는 등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총성없는 국제 전쟁속에서 사이버 안전도 바로 그들의 몫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