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을 인터넷뱅킹

계좌번호 등 개인 정보 보안에 철저해야 할 은행 인터넷뱅킹이   해킹 프로그램에 그 대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시중   은행의 사이트에서는 해킹 툴인 '키 로 거(Key Logger)' 프로   그램이 버젓이 작동하기까지 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대학 컴퓨터 관련 수업에서 해킹 및 보안 프로그 램 실습을 하던 중 밝혀졌다. 수업을 담당한 동덕여대 컴퓨터학 과 전정훈 교수는 "은행 사이트니 당연 히 보안이 잘돼 있을 거 라고 시범을 보이다가 우연히 알게 됐다"며 "나도 깜짝 놀 랐 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일반인은 이런 프로그램이 컴퓨터에 깔려서 작동하 고 있는지조차 모르 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현금이 오가는 인 터넷뱅킹 사이트가 가장 기본적인 해킹 프로그램에 취약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키 로거'란 컴퓨터 사용자들의 키보드 움직임을 탐지하는 해킹 툴이다. 보통 로그 인, 입력 창 등에 비밀번호나 계좌번호를 적 으면 화면에 '****'라고 감추어지는데 해킹 툴을 쓰면 키의 실제 입력키(숫자)까지 알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해커 들은 이 프로그램을 해킹 대상 컴퓨터에 깔아놓고 본인들의 이메일로 암 호나 계좌 번호 등의 정보를 빼가는 '키스트로크' 해킹 방식을 많이 사용한다.   해커들은 '키 로거' 프로그램을 몇몇 사이트에 의도적으로 심어 놓고 이 사이트를 방문한 사람들의 컴퓨터에 자동적으로 '키 로 거'가 설치되도록 한다. 그 후 사용자 들이 인터넷뱅킹을 이용하 거나 다른 사이트에서 로그인을 할 때 입력하는 개인정보 가 해 커들의 이메일로 전송돼 해커들은 가만히 앉아서 개인신상정보 를 얻을 수 있 다.   따라서 인터넷뱅킹 사이트의 경우 자동적으로 '키 로거' 프로그 램이 작동하지 않도 록 하는 보안장치가 있어야 한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한미은행과 합병한 씨티은행 사이트의 (구) 인터넷뱅킹 페이지에 서 이 '키 로거'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것으 로 밝혀졌다. 씨티은행 사이트에 접속하 면 키보드 해킹방지 프 로그램을 설치하도록 컨트롤 바가 자동으로 떠 방지 프로그 램 을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인터넷뱅킹 페이지에서는 해킹 툴이 그대로 작동 한다.   국민은행도 최근 인터넷 뱅킹이 '키 로거' 프로그램에 무방비한 것을 눈치채고 뒤 늦게 시스템을 점검해 보완하는 해프닝을 겪 기도 했다.   씨티은행의 새로 구축한 인터넷뱅킹은 이 해킹 툴이 작동하지 않도록 보안장치를 해놓았으나 옛 시스템에는 완벽하게 보안장 치를 하지 않고 내버려둔 것으로 보인다 .   한편 대부분의 은행 사이트들이 '키 로거' 프로그램이 사용자의 컴퓨터에 깔려 있 음에도 "이 컴퓨터에는 알려진 해킹 툴이 없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띄우는 것으로 드러 났다.   컴퓨터 보안업계 전문가는 "은행사이트나 보안 프로그램의 메시 지만 믿지 말고 인 터넷뱅킹을 이용할 때 컴퓨터의 프로세스 창 을 열어 '키 로거' 프로그램이 나타날 경우 즉시 네트워크를 차 단하고 키 로거 프로그램을 완전히 삭제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