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자 임금지급 여부 노사 합의로 충분'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방안이 입법로드맵으로 공론화되면서 그 중에서도 노조전임자의 급여지급 금지규정이 핵심적 쟁점의 하 나가 되고 있다. 만약 현행 법률대로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 급이 더이상 허용되지 않는다면 조합원수가 미미한 중소기업의 노조는 무보수 명예직으로만 노조를 운영할 수밖에 없고 결과적 으로 조합간부에 대한 경제적 보장을 박탈함으로써 노조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에 대한 현실적 제약이 불가피하게 된다.   학계와 실무계에서는 이같은 문제 발생의 원인을 기업별 노조를 중심으로 하는 우리나라 노조 조직구조에서 찾고 있다. 산별노조 체계를 중심으로 하는 외국의 사례에서는 이같은 문제가 쟁점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이 우리의 잘못된 관행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특정사업(장) 종업원이면서 그 사업(장)에서 활동하는 노조 대표 자에 대해 그 활동시간을 보장하고 유급처리하는 것은 우리만의 특이한 현상은 아니다. 독일처럼 아예 사업(장)내에 노조조직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프랑스 등 선진외국에서도 얼 마든지 노조대표에 대한 유급으로 활동시간을 보장하고 있다. 오 히려 보장하고 있지 않은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독일은 노조전임자제도와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문제는 사실 상 별개의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노조전임을 인정한다고 해서 사 용자의 임금지급의무가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 이다.   “노조신임자의 선출뿐만 아니라 그들의 근로조건 및 활동조건에 대해서 단체협약에 의한 규율을 인정하는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 이 노조전임자의 법적 지위는 단체협약을 노사 간 합의에 의해 정하되 협약자율상의 자주성이 훼손되지 않으면 된다”고 강조한 다. ◇ 일본 = 우리나라와 같이 기업별노조 체계로 재적 전임자를 두고 있는 일본의 급여지급규정은 어떻게 변화됐을까. 일본 노동 성은 1948년 12월의 통첩에서 노조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노조의 자주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노조의 결격사유인 주된 경비를 사용자에 의존 하는 경우로 규정했다.   다음해 2월 통첩에서는 경비보조 금지는 엄격하게 지키지 않으 면 안 되는 것으로 이 문제는 노조가 자발적으로 그 자주성을 확 립하도록 노력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어 3월9일에는 충분한 권고와 지도로 노사 쌍방의 자주적인 노력에 기대한다는 것은 결 코 노조 결격사유인 제2조 위반의 사실을 언제까지나 방치한다 는 취지가 아니며, 따라서 노조의 심사기준은 강력한 결의로 시 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해 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임금지급은 노 조의 결격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성의 정책에도 불구, 1957년 1월14일(勞發 1 호. 단결권, 단체교섭 기타 단체행동권에 관한 노동교육행정 지 침에 관하여)의 지침에서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의 문제가 아닌 전임제도 자체에 대해, 전임자를 둘 것인가 아닌가는 완전히 노 사의 합의에 의하는 것이며 사용자가 전임자를 인정할 의무는 없 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우리와 같이 기업별 노조체계인 일본은 재적전임자가 일반화돼 있다. 현재 일본에서는 노조의 조합원 규모가 큰 경우에 오히려 사용자로부터 임금지급을 받는 전임자를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그간 일본의 학계가 노조전임자의 임금지급이 노조의 자주 성과 건전성 확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실증적 연구가 반영된 결과다.   ◇ 프랑스 = 프랑스의 노동조합 전임자는 우리의 부분 전임자와 유사한 ‘조합대표’와 우리의 재적 전임자에 해당하는 ‘노동조합 전임자’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전자는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제도 로서 기업 내에서 사용자에 대하여 노동조합을 대표하는 자를 말 한다. 후자는 단체협약 또는 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근로계약 소 정의 근로를 제공하지 않고 노조의 업무에만 종사하는 자를 말한 다.   프랑스에서 노조는 전통적으로 기업 외부의 조직이었으며 그 활 동 범위는 지역별, 또는 직업별로 이뤄졌다. 그러다 1960년대 노 조의 고유 목적을 실현키 위해 기업 내부에서 활동 할 수 있도록 허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온다. 1968년 12월27일 그 르넬 협정은 정부로 하여금 기업 내에서 노조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법안을 마련하도록 규정한다. 바로 ‘기업 내 단결권에 관한 법률’로 조합지부와 조합대표의 인정을 받는다.   조합대표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기업별 단체교섭의 담당자의 역 할이다. 이들은 자신의 업무 수행을 위해 전임시간을 보장받으며 전임시간 동안 기업 밖으로 나갈 수 있다. 또 전임시간 동안이나 자신의 통상적 근로시간 이외의 시간에 기업 내에서 자유롭게 순 회하고 그 임무의 수행을 위해 노동자들의 작업에 대한 방해를 가하지 않는 한, 근로자의 근로장소에서 필요한 모든 접촉을 가 질 수 있다.   프랑스 노동법에서는 이들 조합대표에 대해 △차별대우의 금지 △해고의 제한 등을 명시하고 있다.   노조전임자는 우선 산별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경우와 기업별 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경우로 나뉜다. ‘산별전임자’는 특정기 업의 종업원으로서 일정한 기간 동안 근로계약을 정지한 채 기업 외부의 산별노조의 업무에 종사하는 전임자를 말한다. ‘기업별 전임자’는 기업의 종업원으로서 일정한 기간 동안 근로계약을 정 지한 채 해당 기업 안에서 기업별노조의 업무에 종사하는 전임자 를 말한다.   현재 프랑스에는 295개의 산별협약이 있는데, 이 가운데 전임자 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는 협약은 50개 정도. 산업의 특수성에 따 라 조금씩 다르지만, 이들은 일정한 근속연수(보통 1년)를 채운 노동자가 노조의 업무에만 종사하는 전임기간 동안 근로계약은 ‘정지’되며, 전임기간 만료 후에는 근로계약이 정지되기 전에 획 득했던 모든 권리를 회복하면서 원래의 업무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급여지급에 대해서는 특별히 명시하지 않거나(근로계약 정지의 효과로 급여가 지급되지 않음을 예정하고 있다고 보임) 지급되지 않음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는 협약이 많지만, 일부 협약에서는 급여의 지급을 규정하기도 한다.   ◇ 독일 = 산별체제 하의 독일의 노조조직에서 우리의 노조전임 자제도와 가장 가깝게 비교될 수 있는 제도는 노조신임자제도다. 노조신임자들이 사업장에서 노조와 조합원의 이해관계를 조율하 고 중개하는 역할은 노조의 매우 중요한 본질적인 사업영역에 속 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노조는 단체협약을 통해 사업장에 그 소속 근로자로 하여금 노조신임자로 선출해 노조와 조합원을 대 표하는 임무를 부여하고 있다.   학설과 판례의 전반적인 입장은 비교적 길지 아니한 시간에 대해 노조신임자의 노무면제청구권을 인정하는데 일치하고 있다. 또 노조활동을 이유로 사용자와 긴장 및 갈등관계를 야기할 수밖에 없는 노조신임자의 고용보장을 위해 해고나 전직에 앞서 노조와 협의를 요건으로 하는 특별해고보호제도를 단체협약에 규율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처럼 사업장 차원에서 노조의 활동을 규율할 수 있는 수단은 단체협약이다.   그렇다면 노조신임자는 노무면제기간 동안 해당 임금을 계속 지 급받을 수 있을까. 판례는 대체로 그와 같은 단체협약의 규정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비교적 길지 아니한 시간동안 근 로자의 과실 없이 노무수행이 불가능할 경우 사용자의 임금지급 의무가 유지된다고 하는 독일민법 제616조의 사용자의 배려의무 사상에 기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