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가구소득 '제자리걸음'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올 1분기 도시 근로자 가구의 소득이 사실상전혀 늘지 않았다. 반면 의료비, 교통비 등 꼭 필요한 경비의 지출은 크게 증가해근로자 가구의 가계 수지가 악화됐다.

통계청은 27일 발표한 '2003년 1분기 도시 근로자 가구 가계수지 동향'에서,도시 근로자 가구의 지난 1분기 한달 평균 소득이 290만7천원으로 2002년 1분기의278만8천원과 견줘 4.3%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2년 1분기 소득 증가율8.1%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1분기 실질 소득은 264만8천원으로 지난해1분기의 264만3천원에 비해 고작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물가가 오른 것을감안하면 소득 증가가 거의 없었던 셈이다.

소득 증가율이 이처럼 떨어진 것은 경기 침체에 물가 상승까지 겹쳤기 때문으로분석됐다. 장경세 통계청 사회통계과장은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를기록하는 등 물가가 예년보다 많이 오른데다, 특히 내수 경기가 침체되면서 부업을통한 가외 소득이 줄어 소득 증가율이 크게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직장에서 받는 근로소득은 지난해 1분기에 비해 9.6% 증가했으나, 가구주외에 배우자나 자녀 등 가구 구성원이 가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부업을 해서 얻는사업소득은 9.1% 감소했다. 또 절대액수는 3만5천원으로 크지는 많지만 이자와배당 등 재산소득도 저금리의 영향으로 지난해 1분기의 5만1천원보다 32.7%줄었다. 따로 사는 자녀로부터 받는 이전소득도 26.4% 감소했다. 경기가 나빠지자부모에게 보내는 생활비마저 크게 줄인 것이다.

반면 도시 근로자 가구의 한달 평균 지출은 230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의220만1천원에 비해 4.5% 증가했다. 병원 이용과 약품 구입에 따른 보건의료비증가율이 25.1%로 가장 컸고, 사회보험료(의료보험·고용보험)와 교통통신비도각각 21.6%와 10.3% 증가했다.

이처럼 지출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웃돌면서 같은 기간흑자율(흑자액÷가처분소득)은 23.7%에서 23.5%로 0.2%포인트 떨어졌다.

또 소득 계층 상위 20%의 평균 소득(580만7천원)을 하위 20%의 평균소득(106만3천원)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은 5.47로 지난해 1분기의 5.40보다조금 커져, 소득 격차가 좀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정부는 오는 30일 경제·사회 분야 장관회의를 열어 서민·중산층 생활 안정대책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