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美, 한국에만 양보 안했다

'다른 국가에는 양보했지만 한국은 나중에 보자.' 미국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협상에서 한국의 요구사 항 중 상당수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사실상 거 부 의사를 밝혔다.   미국은 전문직 종사자의 자유로운 이동, 조달시장 개방, 섬유 원 산지 규정 적용 등 쟁점에 대해 한국과의 협상에서는 강경한 자 세를 보이고 있지만 다른 나라와 FTA 체결과정에서는 상당폭 양 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의 협상력이 부족해 양보를 얻어내 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미국이 차기 협상에서 '주고받기'를 위한 카드로 남겨놓은 것인지 좀더 지켜봐야 한다.   12일 통상교섭본부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이 미 국측에 요구한 전문직 비자면제는 칠레, 싱가포르 등이 미국으 로부터 얻어낸 성과다. 한국은 미국에 연간 쿼터를 설정해 전문 직 자격증 소지자의 자유로운 입국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미국은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칠레는 전문직 이동 보장을 따냈고, 싱가포르는 연간 대졸 전문직 자격증 소지 자 5400명의 입국을 허용받았다. 멕시코는 전문직 면허와 증명 을 양국이 상호인정키로 합의했다.   이번 협상에서 논란이 컸던 섬유 원산지 규정도 미국은 타국에 비해 한국에 엄격한 태도를 보였다.   한국은 해외에서 원사(原絲)를 들여와 최종제품을 만들어 수출 할 경우 한국산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미국은 원사 생산지에 따라 섬유제품의 원산지를 규정하는 '얀 포워드 (Yarn Forward)' 방식의 채택을 고집했다.   이 부문에서 칠레는 해외원료로 만든 섬유제품도 연간 일정 규 모를 무세화하도록 끌어냈고, 싱가포르도 일정 쿼터에 한해 얀 포워드 규정을 면제하는 조항을 삽입했다.   200조원으로 추산되는 미국 정부조달시장 개방에서도 미국은 타국에 후한 태도를 보여왔다.   칠레 기업들은 미국과 FTA를 맺은 후 미국 기업과 동등한 대우 를 받으며 미국 조달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캐나다도 2만5000달 러 이상의 미국 조달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에도 개방 됐다.   하지만 미국은 우리와의 협상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 협정 가입국에 허용되는 범위 이상의 개방에 대한 구체적인 언 급은 없었다. 한국이 외환위기의 경험을 토대로 미국에 강력히 요구한 자본유출입 통제도 미지근한 반응만 받았다.   한국은 국제수지 위기의 예외적인 상황에서 국경간 자본거래와 송금을 제한하는 일시적인 긴급제한조치를 허용하자고 제안했 다.   이 규정은 이미 미국과 칠레간 FTA에서 채택됐다.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을 위한 원산지 예외규정 채택도 이미 미국이 싱가포르나 이스라엘에 양보한 선례가 있다.   싱가포르와 이스라엘은 외국 부품을 들여와 자국 내에서 조립만 하면 모두 자국산으로 인정받는 'ISI(Integrated Sourcing Initiative)'라는 형태로 인정받았다. 덕분에 싱가포르는 인도네시 아령 바탐섬을 IT부품 생산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민간 연구소의 한 통상전문가는 '미국이 타국에는 허용하고도 한국에 엄격하게 나온 것은 협상전략 차원으로 이해해야 한 다'며 '추후 협상에서 한국의 요구에 대응할 카드로 활용될 가능 성이 높기 때문에 우리 협상팀은 협상력을 높여 그 이상을 받아 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