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상배 의장은 이미 사과…당 대표 사과는 없다"

"'굴욕외교'는 수용할 수 있고, '등신외교'는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은 말꼬리 잡기다."

한나라당 입장을 보여주는 박종희 대변인의 말이다. 한나라당은 이상배 정책위의장의 '등신외교' 발언 파문과 관련 9일 오후 4시께 긴급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이상배 의장이 이미 성명서에서 깊은 유감을 표명한 것을 사과로 간주한다"며 "그러나 당 대표가 사과 할 수는 없다"고 결정하고, 민주당쪽에 총무회담을 요구했다.

이규택 총무는 원내대책회의 직후 "'민주당 내부의 분열을 호도하기 위한 술책으로 국회를 보이코트 하는 것 아니냐' '대통령의 굴욕외교를 호도하기 위한 술책 아니냐'는 점을 총무회담에서 강하게 제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종희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이 세 가지를 요구했지만 사실상 이상배 의장은 성명서를 통해 사과 발언을 했다"며 당 차원에서의 공식 유감 표명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대변인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의장의 발언에 대해 '용어 자체가 부적절했다', '국회 파행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부적절했다'는 의견도 있었고, 정부여당과 노 대통령의 발언도 정제되지 않은 것이 많았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잡초·양아치·깽판 등의 발언을 할 때도 우리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그냥 넘어갔다"고 반박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민주당이 국회 정상화에 임하지 않을 경우 시급한 경제 문제, 특히 추경예산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이냐"며 "민생문제와 관련 여야를 떠나 초당적인 협력 정신을 민주당은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 단독으로 국회를 열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변인은 그러나 "이 의장의 성명서는 유감 표명보다는 오히려 여당과 청와대의 비판을 '망동'이라고 비난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얘기를 길게 하다보면 어느 쪽에 무게를 싣느냐에 따라 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며 "여당과 청와대의 비판에 대해 지적한 부분도 있지만 깊은 유감을 표명한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날 원내대책회의에는 김영일 사무총장과 이규택 총무를 비롯한 총무단, 서정화·목요상 등 전 총무, 하순봉 최고위원, 정형근 의원 등이 참석했고, 박희태 대표와 이상배 정책위의장은 불참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10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이상배 의장의 발언으로 국회가 파행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상배 의장은 이날 의총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자신이 그런 발언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미 이상배 의장의 사과 요구 등 당의 공식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반응을 보고 나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상배 의장 "청와대와 여권의 사과 요구가 과민반응이자 망동"

'외교등신' 발언 파문의 주인공인 이상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9일 오후 '청와대와 여당은 '망동(妄動)'을 즉각 중지하라'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준비가 부족하고 성과가 없는 데다 국민 자존심에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야당 입장에서 정치적 수사로 '등신(等神)외교'라고 표현했다"며 사과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이어 이 의장은 "청와대와 여권이 이를 두고 경천동지할 일이라도 발생한양 '망언' 운운하며 사과를 요구한 것은 한마디로 과민반응이고, 그 자체가 망동"이라며 "여권이 노무현 대통령과 직접 연계시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자학이고, 감상적 대응이며 자가당착이고 제 발등 찍기"라고 역(逆)비판했다.

이 의장은 "노무현 대통령을 모욕할 의도도 초당외교 입장을 후퇴시킬 입장 전환도 없음을 확인하는 바이다. 이 점이 오해가 있었다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그것은 말 그대로 단지 청와대와 여권쪽의 오해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오후 긴급 의원간담회를 열어 이상배 의장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는 한편, 이 의장의 공식 사과와 당직 사퇴가 없는 한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혀 당분간 '외교등신' 발언을 둘러싸고 여야간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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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상배 정책위의장의 성명서 전문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망동(妄動)'을 즉각 중지하라

노무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준비부족 △성과별무 △국빈집착으로 △국민정서에 반하고 △국민 자존심에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야당 입장에서 정치적 수사로 "等神외교"라는 표현을 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와 여권이 경천동지할 일이라도 발생한양 "망언" 운운하며 사과를 요구한 것은 한마디로 과민반응이고, 그 자체가 망동이다.

또한 여권이 노무현 대통령과 직접 연계시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자학이고, 감상적 대응이며 자가당착이고 제 발등 찍기다.

국어사전에는 等神이라는 단어가 "어리석은 사람"을 이르는 말로 되어 있고, 경상도 지역에서 잘못 저지른 사람을 애교섞인 책망을 할 때 흔히 쓰는 일반적인 말이다. "등신"이라는 정치적 수사는 노 대통령이 소속된 민주당이 야당시절 습관적으로 자주 사용해 공식적 정치용어가 되어 있을 정도다.

△92년 2월 김영배 전 의원은 노태우 정권에게 인사등신(외교굽신)
△92년 3월 정대철 대표는 노태우 정권에게 치안등신(외교굽신)
△92년 3월 김민석 의원은 노태우 정권에게 경제등신(외교굽신)
△92년 3월 김덕규 의원은 노태우 정권에게 인사등신(외교굽신)
△92년 11월 김대중 후보유세장 플랜카드에 노태우 정권은 정책등신
△96년 3월 30일 김희선 의원은 김영삼 대통령에게 경제등신(외교굽신)

너나 없이 "등신" 용어를 사용해왔다.

이번 표현은 노무현 대통령 방일 외교성과와 행태에 대한 수사적 비판에 불과 한 것이었음을 밝혀둔다.

분명하게 말하건대 노무현 대통령을 모욕할 의도도 초당외교 입장을 후퇴시킬 입장 전환도 없음을 확인하는 바이다. 이 점이 오해가 있었다면 유감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말 그대로 단지 청와대와 여권측의 오해일 뿐이다.

단언컨대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은 처음부터 준비가 부족했고, 일부 방일 일정과 방일 기간 중 일본정계 움직임, 우리측의 지나친 양보는 우리 국민정서에 반하는 것들이었고 실망과 우려를 준 것도 사실이다.

국민이 분노하고 있고, 심지어 친노 성향의 정당과 인사들, 언론, 네티즌까지도 비난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한 해명과 대국민 사과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청와대와 집권당은 총체적 국정혼선해결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포기하고 공연한 말 트집이나 잡는 유치한 충성경쟁을 즉각 중단하라.

2003년 6월 9일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이상배

민주당 긴급 의원간담회 "이상배 의장, 국회 윤리위 제소" 한 목소리

이상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의 '등신외교' 발언 파문이 정치권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은 오후 2시 긴급 의원간담회를 열어 이상배 의장의 발언을 집중 성토했다.
또한 민주당은 이상배 의장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기로 결정했으며 이상배 의장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등의 공개적 사과가 없을 경우 국회 대정부질문을 중단할 계획이다.

정대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의원간담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에 관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등신외교'라느니 한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할 노릇"이라며 "바로 이 시각에도 일본 방문 중이고 돌아오지도 않았음에도 초당외교는 못할 망정 오히려 금도를 넘어섰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이런 분과 정치를 같이 할 수 있는가 회의가 든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균환 총무는 "대통령께서 외교를 하고 있는데 뒷받침하지는 못할 망정, 국가의 위신을 추락시키는 막된 얘기를 이상배 의장이 했다"면서 "이는 상상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성토했다.

이재정 의원은 이상배 의장의 발언을 "망언의 극치", "국익에 반한 망국적 발언", "국가통치권에 대한 도전이자 모독"이라고 규정하고 "한나라당의 책임 있는 사람이 대통령과 국민에 대해 사죄의 뜻을 표해야 하며 법적 대응까지도 해 나가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신기남 의원도 "과거 국민을 살상한 대통령이 됐던 군사독재 시절에는 조용하던 사람이 완전히 민주화돼서는 이 시대를 즐기려는 것인지 말의 인플레가 심한 것 같다"고 비꼬면서 "
이번 한나라당의 표현은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회의 품위 손상, 국가원수 모독 발언"이라며 "신당 문제로 어수선하지만 이런 것은 집권당으로서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기선 의원은 "오늘 한나라당이 대통령의 방일 중에 망언을 한 데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국익을 해치더라도 당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하는 당임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를 망쳐야 한나라당에 좋다'고 말했던 한나라당 소속 한 의원의 발언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배 의원은 "한나라당은 두 차례나 정권을 빼앗겼다고 생각하고 있고 대한민국의 권력이 자기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 따위 사람은 대한민국 사람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 스스로를 능멸하고 국민을 능멸하는 사람과 국정을 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대정부질문 보이콧을 요구했다.

설훈 의원은 "왜 한나라당이 막말 수준을 넘어 대놓고 욕지거리를 하는지 우리 스스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그간 우리는 이런 일을 대충 넘어갔는데 이제는 단호함을 보여줄 때가 됐다. 이런 상황을 그냥 두면 우리가 책임 있는 국회의원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지도부의 강력한 대처를 주문했다. 그는 사과 정도가 아니라 제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영길 의원은 "일부 자민당 의원이 기회만 있으면 망언을 해 왔는데 한나라당이 자민당의 우익처럼 망언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상배 의장의 말은 말 자체도 안 되지만 박종희 대변인도 별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박희태 대표도 사과조차 없는 것을 봤을 때 자정능력이 없는 당이라 할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송 의원은 "(이 의장의 발언은) 반국가적, 반역적 행위"라며 그의 발언을 타국과의 경기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월드컵 대표 선수에게 깡통을 던지는 행위에 비유했다.

소속 의원들의 개별 토론이 끝난 뒤 민주당은 △이상배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의 국회 윤리 위 제소와 의장직 즉각 해임 △국민을 향한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사과 전 대정부질문 참여 불가 등을 3가지 요구안을 한나라당에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이날 긴급 의원총회는 다수 의원들의 불참으로 의원간담회로 대체돼 이같은 의견이 공식 당론으로 확정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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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선(先) 사과, 후(後) 대정부질문 참석' 방침에 대해 박종희 한나라당 대변인은 "민주당이 우리 당 이상배 정책위의장의 발언 중 용어 하나를 트집잡아 국회 대정부질문을 파행시킨 것은 국정을 책임진 여당답지 못한 옹졸한 일"이라며 국회를 정상화시키라고 요구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이 의장의 발언은 당론으로 확정된 것도 아니고, 최근 노무현 정부의 외교에 대해 국민과 언론이 굴욕외교이며 준비 안된 외교 등으로 비난하지 않았느냐"며 "민주당은 집권여당의 국회파행이라는 철없는 행동을 중단하고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민생정치의 현장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배 의장 "노 대통령 방일 '등신외교'" 발언 일파만파

"노무현 대통령의 이번 방일 외교는 한국 외교사의 치욕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등신외교', '굴욕외교'의 표상으로 기록될 이번 방일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라."

이상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경북 상주)이 9일 노 대통령의 방일외교를 두고 '등신외교'라고 한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청와대는 즉각 "한나라당의 오늘 망언은 국가원수와 국민에 대한 있을 수 없는 모욕이며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도 논평을 통해 "국가원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못한 '망언중의 망언'으로 규정한다"며 "한나라당의 공식 견해인지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또한 민주당은 이상배 의장 발언과 관련해 이날 오후 2시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이상배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노 대통령의 이번 방일 외교는 한국 외교사의 치욕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며 "'등신외교', '굴욕외교'의 표상으로 기록될 이번 방일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비난했다.

특히 이 의장은 '등신외교'라는 표현에 대해 기자들이 재차 확인을 요청하자, 웃음 섞인 말투로 "그렇다"며 "왜 표현이 이상하냐"고 반문해, 실언이 아닌 의도적 발언임을 분명히 했다.

이상배 의장의 '등신외교' 발언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은 박종희 대변인도 마찬가지였다. 박 대변인은 이 의장의 발언과 관련 최고위원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예전에 노태우 정부 때도 야당이 그런 얘기를 많이 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해명했다.

또 기자들이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 정상외교 활동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국내에서 대통령을 그렇게 비난하는 것은 잘못 아니냐"라고 질책성 질문을 쏟아내자, 박 대변인은 "(이 의장이) 화가 나서 뜻하지 않게 나온 것 같다"면서도 "미국에 이어 일본에 가서 활동한 것에 대해 국민 감정상 굴욕적이었다는 것이 충분히 있는 것이고, (발언도) 그런 맥락이었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등신'이라는 표현은 장애인을 비하하는 발언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송태영 부대변인은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등신'이라는 표현은 '어리석은 사람을 얕잡아 말하는 것'이다"라고 사전적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앞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발언 수위만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노 대통령의 방일 외교에 대한 최고위원들의 성토가 경쟁하듯 쏟아졌다.

박희태 대표는 "공수래 공수거로 현안에 대해 확실한 합의도 없고, 특히 한일간 통상무역 역조에 대해선 하나도 시정이 없는 회담이었다"면서 "성과 없이 얼굴만 쳐다보고 밥만 먹고
온 것 이상의 성과가 없었다"고 폄하했다.

하순봉 최고위원도 "특별한 성과도 없는데 뒷말만 무성하다"면서 "왜 현충일에 쫓기듯 방일을 했는지 국민이 궁금해한다"고 지적했다. 하 최고위원은 이어 "방일 일정이 양국 일정을 고려해 잡은 것이 아니라 일왕 일정에 맞추다 보니 현충일에 일왕을 면담한 것은 국가 자존을 추락시키고 현충일의 위상을 떨어뜨린 것으로 100번 생각해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하 최고위원은 또 "현충일 날 일본 방문한 것이 과거의 족쇄를 푸는 것이라는 (노 대통령의) 표현은 역사인식에 대한 몰이해"라며 "이번 방일을 계기로 아마추어 청와대의 개편을 촉구한다"고 말했다.